중앙일보 연재 '예술가의 한끼' 김구림, 2020년 8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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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RT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21-05-20 01:48본문
중앙일보 연재 '예술가의 한끼' 김구림, 2020년 8월 22일자
그동안 예술가의 한끼에서는 작고 예술가들만 다루었다. 유일하게 원화랑의 대표이신 정기용선생님이 계셨으나 그 분께서 미술계와 연락을 끊으신지 오래인지라 현실보다 더 먼 곳에 계신다는 느낌이 있었다.
김구림 선생님은 내가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는 분이시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데 만날 때마다 점점 더 살결에 탄력이 붙고 눈빛이 더 빛나지신다.
생존작가를 다루는 건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김구림선생님에 관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한국미술계에 김구림선생님은 특이한 존재다.
지금은 덜하지만 나의 세대까지만 해도 미술인들은 학벌, 출신, 단체 등을 배경삼아 무리로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었다. 자연히 패거리문화가 형성되었다.
미술이라는 게 진리인 신과 내가 단 둘이서만 대면하는 어마어마한 작업인데, 패거리로 몰려다니다 보면 언제 그 은밀한 지점과 고양된 정신에 이를 수 있겠는가.
김구림선생님은 패거리의 일원이 되지 못한 외로운 리베로였다.
그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대신 외로움이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세상을 향한 호기심 가득한 소년같은 표정이 살아있다.
남자 나이 80을 넘겨 소년의 표정과 마음을 지니고 사는 건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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